[책마을] 21세기 대중은 쪼개졌지만 더 세졌다

입력 2020-02-13 18:07   수정 2020-02-14 00:40

21세기 들어 ‘덩어리(mass)’에서 유래한 대중이란 개념은 한동안 과거의 잔재처럼 여겨졌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대중매체 영향이 약화되고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하면서 그런 인식은 더 강해졌다. 대중이 동원되고, 길거리에 운집해 전력을 다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는 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월가 시위부터 ‘아랍의 봄’ 항쟁, 서울 촛불 집회, 지난해 런던과 베를린 시위까지 최근 10년의 역사는 그런 가정이 성급했음을 일깨웠다.

군터 게바우어 독일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스벤 뤼커 작가가 함께 쓴 《새로운 대중의 탄생》은 19세기 대중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후 변화하는 대중의 모습을 짚어나간다. 저자들은 “인터넷과 SNS는 사람들을 완전한 개인으로 해체한 것처럼 보였지만 대중은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단지 대중으로만 보기 힘든 새로운 대중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중의 태동기는 1960년대다. 보통선거가 자리잡고 언론의 자유, 사상과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대중이 사회 순응적인 태도를 거부하기 시작한 시기다. 저자들에 따르면 새로운 대중의 특징은 대중의 구성원으로 행동하면서도 자아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참여한 사건에서 일체감과 집단의 위력을 느끼고 이 강렬한 경험을 개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간직한다.

새롭게 탄생한 대중은 인터넷과 1인 미디어, SNS 확산과 함께 변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다원화했다는 것이다. 대중은 여전히 덩어리로 존재하지만 숫자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늘어났다. 분절화된 이념과 취향의 공동체가 넘실거린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데 기여한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애칭)도 ‘개별 대중’이었다. 저자들은 “오늘날의 대중은 과거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높은 동질성을 지닌다”며 “대중은 모습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정치와 문화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염정용 옮김, 21세기북스, 384쪽, 1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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